전쟁은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전시에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평시와는 다른 특별한 법률이 만들어지는데, 일부 법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폐지되지 않고 여전히 법전 속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법들은 원래 전쟁 중에 필요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전쟁 시기에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기묘한 법률들을 소개한다.
1️⃣ 영국에서는 여전히 적과 대화하면 불법? – ‘적과 내통 금지법’
영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적국과의 내통을 엄격히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법 중 일부는 현대에도 유효하며, 평범한 국민들도 법적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 1914년 ‘적과 내통 금지법’(Trading with the Enemy Act) 시행
-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영국은 적국과의 모든 경제적·사회적 교류를 금지하는 법을 도입했다.
- 당시 영국인은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등 적국의 시민과 편지를 주고받거나, 그들에게 돈을 보내는 것조차 불법이었다.
▣ 놀랍게도 아직도 존재하는 법
- 2023년 현재까지도 ‘Trading with the Enemy Act 1914’는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되지 않았다.
- 물론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이 법은 여전히 전쟁 중인 국가와 거래하거나 교류하면 영국 국민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현재 이 법은 주로 북한, 러시아 등 영국이 제재 중인 국가와의 경제 거래를 막기 위해 사용되지만,
시민이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적대국의 개인과 대화하는 것까지 처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된다.
전쟁이 끝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전시법이 남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2️⃣ 캐나다에서는 독일계 이민자가 위험 인물? – ‘적국 출신 등록법’
캐나다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적국 출신의 이민자들을 감시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법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 1917년 ‘외국인 등록법’(War Measures Act) 도입
- 1차 세계대전 중, 캐나다 정부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출신 이민자들을 ‘적국 국민’(enemy aliens)으로 간주하고, 그들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 당시 캐나다에 거주하는 독일계 이민자들은 정부에 반드시 등록해야 했으며, 정기적으로 경찰에 출석해 본인의 행적을 보고해야 했다.
▣ 이 법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부 조항이 폐지되었지만, 캐나다 법전에는 여전히 ‘적국 국민 등록’ 관련 조항이 남아 있다.
- 이론적으로 정부가 다시 지정하면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강제로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다.
-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될 경우 부활할 가능성이 있어 시민 단체들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전시 상황에서 만들어진 차별적인 법이 현대에도 일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 변화에 맞는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3️⃣ 미국에서는 적국 돈을 쓰면 처벌받는다? – ‘적국 통화 금지법’
미국은 전쟁 중 적국의 경제력을 약화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통화를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법이 아직도 폐지되지 않아, 일부 외국 화폐를 단순히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 1917년 ‘적국 통화 금지법’(Trading with the Enemy Act) 시행
-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독일, 오스트리아 등 적국의 화폐를 보유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불법으로 지정했다.
-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법은 일본 엔화, 이탈리아 리라, 나치 독일의 마르크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법?
- 놀랍게도 이 법은 완전히 폐지되지 않고 일부 조항이 남아 있으며, 특정 국가에 대해 여전히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 현재 미국 재무부는 이란, 북한, 쿠바 등의 통화를 소지하거나 거래하는 것이 불법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만약 한 개인이 이 법을 어기고 적국 통화를 불법적으로 거래할 경우, 최대 25만 달러(약 3억 원)의 벌금과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100년 전에는 타당했을지 모르지만, 오늘날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볼 수밖에 없다.
4️⃣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여전히 ‘적국’ 출신 시민권 신청이 제한된다? – 전쟁 중 도입된 이민법
오스트레일리아는 전쟁 중 자국 내에서 적국 출신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했다. 문제는 이 법이 아직도 완전히 폐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1948년 ‘국적 및 시민권법’(Nationality and Citizenship Act) 도입
-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오스트레일리아는 독일, 일본,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의 시민권 신청을 엄격히 제한했다.
- 이 법에 따르면, 적국 출신 이민자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최소 10년 동안 시민권을 신청할 수 없었다.
▣ 여전히 남아 있는 ‘차별적 조항’
- 21세기에도 일부 관련 조항이 남아 있어,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의 시민권 신청이 다른 나라 출신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할 수 있다.
- 현재는 명시적으로 적국 출신을 제한하지 않지만, 법 조항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다문화 사회로 발전한 지금, 이런 낡은 법은 폐지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쟁이 끝났지만, 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쟁 시절에 만들어진 법들은 당시에는 필요했을지 몰라도, 평화로운 현대 사회에서는 불필요하거나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 아직 폐지되지 않은 전시법 TOP 4
- 영국 – 적국과 개인적으로 대화해도 처벌 가능
- 캐나다 –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는 정부에 등록해야 할 수도 있음
- 미국 – 적국의 화폐를 소지하면 처벌받을 수 있음
- 오스트레일리아 – 적국 출신 이민자의 시민권 신청 제한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으니 전쟁 시절에 만들어진 법들도 현대 사회에 맞게 개정되거나 폐지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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